복수 죄책감 구원
친절한 금자 씨라는 영화를 요약하고 요약하면 결국 이 세 단어가 되지 않을까? 앞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리뷰하며 문득 박찬욱 감독의 복수 영화 시리즈가 생각났다. 이른바 복수 삼부작이라고 불리는데 2002년에 나온 복수는 나의 것, 2003년의 올드보이, 그리고 마지막 2005년 네 개봉한 친절한 금자 씨이다. 전혀 다른 이 영화가 삼부작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박찬욱 감독의 작품들이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영화 분위기와 주제가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다.
박찬욱 감독의 인터뷰에 따르면 농담인지 진담인지는 모르겠지만 복수는 나의 것이 흥행이 잘 되지 않아서 올드보이나 친절한 금자 씨가 잘되면 복수 삼부작이라고 이름을 지어 복수는 나의 것이라는 영화를 찾아보게 하려고 한 것이라고 한다.
이 중 나는 친절한 금자씨를 가장 좋아했다. 어렸을 때부터 이영애의 외모는 빛났고, 대학생이었던 나는 각종 드라마에서 나오는 그녀를 보며 팬이 되었다. 팬으로서 보게 된 친절한 금자 씨는 나에게 조금 섬뜩하게 다가왔다. 분명히 이쁜데 무서웠다. 얼굴은 변함이 없었는데, 전체적인 분위기가 내가 알던 이영애 배우의 모습이 아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연기변신이라는 단어로 그럴싸하게 표현했겠지만, 그때 당시의 나는 무언가 아주 차갑고 냉정해 보이는 모습에 어딘가 모를 거리감을 느낄 뿐이었다.
내가 알던 이영애 배우가 없어졌듯, 친절한 금자 씨도 사라졌다.
앞서 내가 이야기 했듯 영화 속의 이영애 배우는 평소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리고 유괴 살인 혐의로 13년간 복역하며 모두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베풀 줄 알던 친절한 금자 씨도 출소 이후 사라졌다. 오직 복수를 꿈꾸는 한 여인이 있었을 뿐이었다. 고등학교 때 임신을 하게 되고 당시 교생선생에게 의지 했다가 아이를 빼앗기게 되고 오히려 그가 저지른 범행의 범인이 되어 그 죄를 혼자 뒤집어쓰게 된다. 금자가 모든 죄를 혼자 뒤집어쓴 것은 백 선생이 금자의 아기를 볼모로 삼아 아기를 죽이겠다고 협박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감옥 내에서 그녀의 친절함으로 사귄 동료들을 한 명씩 만나며 복수에 한 걸음씩 다가선다. 결국 백 선생이 원모 외에도 많은 아이들을 죽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가 녹화해둔 스너프 필름을 피해자 부모들에게 보여준 후 그들이 직접 처단할 것인지 아니면 법의 심판을 받게 할 것인지 결정하게 한다.
희생된 아이들의 부모에게 복수의 기회를 준 것 그것은 속죄일까? 그리고 스스로 처단하길 선택한 피해자 아이들의 부모들은 그 행동으로 구원을 받았을까?
어쩌면 금자의 딸 제니가 원했던것처럼 여러 번 미안하다고 말해주길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금자의 딸 제니는 엄마를 용서했다.
13년간의 감옥살이 끝에 출소하는 금자에게 목사가 건네어준 두부접시를 뒤집어 버리며 "너나 잘하세요"를 조용히 속삭이던 금자 씨는, 딸에게 두부 모양으로 만든 케이크를 선물하며 눈물을 흘리면서 딸에게 사죄하고 또 사죄하며 자신이 만든 케이크에 얼굴을 파묻는다. 금자의 딸 제니는 그런 금자를 조용히 안아 줄 뿐이었다.
금자는 영화 내내 영혼을 잃어버린 사람과 같이 행동한다. 출소 이후 그녀의 행동과 말투는 감옥 안에서의 그것과 너무도 달랐고 복수가 성공에 가까워질수록 영혼을 잃어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원래 그녀는 백 선생의 죄를 뒤집어 쓴 것일 뿐, 살인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결국 출소 후 백선성을 비롯해 살인청부업자까지 3명을 죽이게 된다.
결과적으로 금자는 구원을 받았을까? 물론 살인으로 구원을 받을 수는 없는 일이지만 대신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백 선생이 호주로 입양 보낸 자신의 딸 제니에게 이해와 용서를 받게 된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나래이션의 목소리가 "나는 금자 씨를 좋아했다"라는 대사와 동시에 딸 제니의 모습이 나오며 내레이션 목소리도 여자아이의 목소리로 바뀌게 된다. 이로서 모든 설명을 제니가 하고 있었다는 것을 관객들이 알게 해 주고 이 대사는 금자가 제니에게 가르쳐 준 한국말을 기준으로 직역하면 "나는 엄마를 좋아했다"라는 말이 된다.
오늘은 올드보이 리뷰에 이어 박찬욱 감독의 복수 삼부작 중 마지막 작품인 친절한 금자 씨를 리뷰해 보았다. 또 재미있는 영화 리뷰로 돌아오도록 하겠다. 최근 들어 너무 한국 영화만 리뷰를 많이 한 것 같아 해외영화를 좀 찾아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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