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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 이야기

기생충 리뷰 더 무슨 설명이 필요한가

by 개아범요 2023. 1. 3.

기생충 포스터

 

한국 계급사회의 아픈 곳을 그대로 꼬집어 주었다

 

 나는 앞선 리뷰에서도 자주 이야기 했지만 깊은 생각을 해야 하는 영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는 영화 그대로 즐길 수가 있어야 한다는 신념 아닌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굳이 우리 인생에 아까운 시간을 내서 영화를 보는데 즐겁지 아니할 이유가 있겠는가? 하지만 국제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봉준호 감독의 인생역작이라 할 수 있는 영화 기생충은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한국에서도 계급사회가 있고 그에 대한 부조리는 이렇다는 부분을 낱낱이 보여준다. 취약계층의 평소 생활은 어떠하고 그들이 동경하는 삶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들이 그 계급이 되었을 때는 어떤 식의 행동을 하게 되는지 말이다.

 나는 처음에 이 영화의 제목을 참 잘 지었다고 생각했다. 송강호의 가족들은 말 그대로 기생충처럼 이선균의 가족에게 빌붙어 온 가족이 살아간다. 하지만 기생충이라는 제목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어두컴컴한 지하에 살던 근세는 박사장에게 리스펙트를 외치며 조명을 본인이 직접 켜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정원에서의 칼부림 동안에도 본인의 숙주인 박사장의 가족은 해치려 들지 않는다. 숙주가 죽게 되면 본인도 죽는 기생충의 특성상 숙주를 해치지 않고 다른 기생충들을 죽이기 위한 근세의 처절한 몸부림이 느껴져 제목 선정에 감탄을 했다.

 

포스터에서조차 나타난 계급사회

 

여러분은 기생충의 포스터를 여기저기서 많이 보았을것이다. 포스터에 보면 각 인물들의 눈을 박스로 가려놨는데 그마저도 송강호의 가족은 검은색으로, 이선균 가족은 흰색으로 가려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가? 예전부터 한국영화에는 빈부격차에 따른 불공평한 삶을 그린 영화들이 많이 있었다. 대부분의 영화에서는 부자들이 악역으로 출연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선한 역으로 나와 결국은 권선징악을 보여주는 영화들이었다. 하지만 기생충에서는 어떠했는가, 부자인 이선균의 가족은 오히려 약간은 어리숙해 보였고 오히려 가난한 송강호의 가족은 온 가족이 똘똘 뭉쳐 영악하기 그지없는 행동들을 이어간다. 

 폭우로 인해 송강호의 가족은 반지하 집이 물에 잠겨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로 고민하며 앞으로 어떻게 살지에 대해 막막해 하는 한편 저택 정원의 텐트 안에서는 다솜이가 햇살을 받으면서 나오며 그냥 어느 비 오는 날 중 하루였을 뿐인 것처럼 묘사되었다. 폭우 이후 임시대피소에는 많은 피해 가정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이선균의 가족은 그저 생일 파티를 준비할 뿐이었다.

 영화가 막바지로 치달을때는 '냄새'라는 표현으로 상위계급이 하위계급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표현해 주게 되고, 이 부분이 심해지며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다다르게 된다.

 이처럼 상반되는 두 계급 차이를 보여주는데 어딘가 억울하고 분해서 반박해 보고 싶지만 반박의 여지가 없다. 영화에서는 우리의 현실을 가감없이 그대로 보여 주었을 뿐이다. 이 영화에서 하고 싶었던 말은 원래 자본주의의 계급 격차에 대한 비판이었겠지만 어쩌면 이 억울함을 거름 삼아 앞으로 더 열심히 살고 더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하려는 게 봉준호 감독이 뜻하던 바였을지도 모르겠다.

 

씁쓸한 마무리가 여운을 남겼다

 

 영화에서는 결국 송강호가 다시 지하 세계로 들어가 숨어살게 된다. 본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극 중에서 소독약이 나오는 씬에서 모두 기침을 하는데 송강호만 기침을 하지 않는데 이것이 결국 그가 지하로 들어가게 된다는 복선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계급을 뛰어 넘어 보기 위해 온 가족이 노력했지만 그 끝은 비참했다. 결과적으로는 변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어찌 보면 송강호의 가족은 가난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이라도 했지만 가정부 아줌마와 그 남편은 어떠했는가? 그들은 그저 현재 이렇게만 살아도 된다 라는 생각으로 더 이상 올라갈 생각도 현 상황을 벗어날 생각도 하지 않는다. 정말 숙주에 붙어 기생하는 기생충처럼 말이다.

 마지막에는 기우가 아버지에게 편지를 쓰며 부자가 되어 그 집을 살테니 아버지는 올라오시기만 하라는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일어날 확률을 생각해 보면 오히려 더 씁쓸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기생충은 여러 측면에서 자본주의와 계급사회를 비판하며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 인기 속에는 수많은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고 그래서 그마저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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